어휘

CEFR A1부터 C1까지, 영어 단어 공부 순서를 정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by twibble 2026년 1월 6일

영어 단어를 외우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있다. 뭘 먼저 외워야 하는가. 단어장을 사서 앞에서부터 외우는 사람도 있고, 시험 빈출 단어를 먼저 잡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 단어장이 내 수준에 맞는 건지, 지금 외우는 단어가 정말 필요한 건지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A1에서 B2까지 기초를 다지는 단계와, B2에서 C1으로 올라가는 단계는 필요한 어휘의 성격이 다르다. 일상 대화에 쓰이는 단어와, 뉴스를 읽거나 학술 자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어는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결이 다르다.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B2 근처에서 정체가 온다.

지금부터 CEFR 프레임워크를 기준으로, 검증된 단어 리스트 세 가지를 하나의 로드맵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정리한다.

1. CEFR가 어휘 계획의 기준이 되는 이유

CEFR는 유럽평의회가 만든 언어 능력 등급 체계다. A1부터 C2까지 6단계로 나뉘고, 크게 Basic User(A1-A2), Independent User(B1-B2), Proficient User(C1-C2) 세 그룹으로 묶인다. 학교, 대학, 기업이 영어 자격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국제 표준이다.

이 체계가 단어 공부에 왜 중요한가. 단어 리스트만 놓고 보면 "3,000개 외우면 된다", "5,000개는 돼야 한다" 같은 숫자만 보인다. CEFR 레벨과 연결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1 수준이라면 A1-B1 범위의 기본 어휘는 이미 상당 부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에게 A1 단어부터 다시 외우라고 하면 시간 낭비다. B2-C1 범위의 단어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효율이 나온다. CEFR는 이 판단의 기준선을 제공한다.

2. 세 가지 핵심 단어 리스트, 각각의 역할

영어 어휘 학습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 리스트가 세 가지 있다. 각각 성격이 다르고, 커버하는 범위도 다르다.

첫 번째는 Oxford 3000이다. A1부터 B2까지 가장 중요한 3,000개 단어를 모은 리스트다. 모든 단어에 CEFR 레벨이 표기되어 있어서, 자기 수준에 맞는 단어만 골라 학습할 수 있다. 빈도와 유용성을 기준으로 선정되었고, 일상 회화와 기본적인 읽기에 필요한 핵심 어휘가 여기에 집중돼 있다. Oxford 3000의 구성과 활용법에 대해서는 Oxford 3000 커버리지 활용법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두 번째는 NGSL(New General Service List)이다. 2,809개 단어로 구성되어 있고, 일반 영어 텍스트의 약 92%를 커버한다. TOEIC 지문에서는 94%까지 커버율이 올라간다는 데이터도 있다. Oxford 3000과 상당 부분 겹치지만, 코퍼스 기반으로 순수하게 빈도를 분석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NGSL 2,809단어에 대한 상세 분석은 별도로 정리해두었다.

세 번째는 AWL(Academic Word List)이다. 570개 단어 가족(word families)으로 이루어져 있고, 최빈 2,000단어를 제외한 학술 텍스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휘를 모은 것이다. Sublist 1부터 10까지 나뉘는데, 각 서브리스트에 60개 단어 가족이 들어 있고 마지막 Sublist 10만 30개다. B2 이후 학술 영어를 읽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AWL 570 단어의 구체적 공부법도 따로 다뤘다.

이 세 리스트를 따로 외우면 겹치는 부분에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하나의 순서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3. 3단계 어휘 로드맵: A1에서 C1까지

3-1. 1단계: 기초 다지기 (A1-B1) - 핵심 3,000단어

출발점은 Oxford 3000이다. 이 리스트에서 A1, A2, B1으로 태깅된 단어를 순서대로 소화한다.

이미 영어를 어느 정도 학습한 사람이라면, A1-A2 구간은 빠르게 훑고 넘어갈 수 있다. 아는 단어는 확인만 하고, 모르는 단어만 집중적으로 잡으면 된다. 핵심은 B1 레벨 단어까지 빈틈 없이 채우는 것이다.

NGSL을 대안으로 쓸 수도 있다. 2,809단어로 일반 텍스트 92%를 커버하니, Oxford 3000의 A1-B1 구간과 상당 부분 겹친다. 둘 중 하나를 기본 리스트로 정하고, 나머지를 보충용으로 쓰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두 리스트를 동시에 처음부터 외우는 건 비효율적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명확하다. 일상적인 영어 텍스트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 때문에 문장 이해가 막히지 않는 수준. 연구에 따르면, 텍스트 이해를 위해서는 최소 95%의 어휘 커버리지가 필요하다. 3,000단어 수준이면 일상 텍스트에서 이 임계치에 근접할 수 있다.

3-2. 2단계: 중급에서 중상급으로 (B2) - Oxford 5000 확장

Oxford 3000을 소화했다면, 다음은 Oxford 5000이다. Oxford 5000은 Oxford 3000에 B2-C1 범위의 2,000개 단어를 추가한 확장 리스트다.

이 2,000개가 중요한 이유는 커버리지 곡선의 특성 때문이다. 최초 1,000단어로 약 70-75%를 커버하고, 3,000단어까지 가면 85-90%에 도달한다. 여기서 5,000단어까지 올리면 93-95% 근처로 올라간다. 남은 5-7%를 메우는 데 훨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만, 3,000에서 5,000으로 가는 구간이 체감상 가장 큰 변화를 만든다. 뉴스 기사를 사전 없이 읽을 수 있게 되는 시점이 바로 이 구간이다.

B2 레벨에 해당하는 단어부터 집중한다. Oxford 5000에는 각 단어에 CEFR 태그가 붙어 있으니, B2 단어를 먼저 정복하고 C1 단어로 넘어가는 순서가 자연스럽다.

3-3. 3단계: 학술 영어 확장 (B2-C1) - AWL 570

B2 이상에서 학술 자료를 읽거나, 유학을 준비하거나, 전문 분야의 영어를 다뤄야 한다면 AWL이 필요하다.

AWL의 570개 단어 가족은 학술 텍스트에 자주 등장하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어휘다. 최빈 2,000단어를 제외하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1-2단계에서 다룬 기초 어휘와 거의 겹치지 않는다. 순수하게 새로운 어휘 570가족이 추가되는 셈이다.

Sublist 1부터 순서대로 학습하는 것을 권장한다. Sublist 번호가 낮을수록 출현 빈도가 높다. Sublist 1의 60개 단어 가족만 익혀도 학술 영어 읽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전체 10개 서브리스트를 소화하면 학술 텍스트 커버리지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2단계의 Oxford 5000 확장과 3단계의 AWL은 병행할 수 있다. B2 수준에 도달했다면 Oxford 5000의 B2 단어를 메인으로 학습하면서, AWL Sublist 1-3을 보조로 진행하는 식이다. 학술 영어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AWL은 나중으로 미뤄도 무방하다.

4. 리스트 간 겹침, 어떻게 처리할까

세 리스트를 하나의 로드맵으로 쓸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 이것이다. "겹치는 단어는 두 번 외워야 하나?"

답은 아니다. Oxford 3000과 NGSL은 약 70-80% 겹친다. 1단계에서 Oxford 3000을 기본 리스트로 쓴다면, NGSL에만 있고 Oxford 3000에 없는 단어만 추가로 확인하면 된다. 그 수가 크지 않다.

AWL은 설계 자체가 고빈도 단어를 제외하고 만든 것이므로, 1-2단계와의 겹침이 거의 없다. 오히려 AWL에서 새로 만나는 단어가 대부분이니, 3단계는 순수하게 새 어휘를 쌓는 과정이 된다.

실전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이렇다. 1단계에서 Oxford 3000을 한 바퀴 돌린 뒤, NGSL 리스트를 훑으며 "이건 처음 보는데?" 하는 단어만 따로 모아 추가 학습한다. 5분이면 훑을 수 있는 양이다.

5. 목표를 "단어 개수"에서 "커버리지"로 바꿔라

많은 학습자가 "5,000단어를 외웠다"를 목표로 삼는다. 나쁘지 않지만, 더 실용적인 기준이 있다. 내가 읽고 싶은 텍스트를 몇 퍼센트나 이해하는가.

95%면 대략적인 내용 파악이 가능하고, 98%면 사전 없이도 거의 불편 없이 읽을 수 있다.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95-98%가 영어 사용에 필요한 실전 임계치다.

이 관점으로 바꾸면 학습 계획이 구체적으로 변한다. "단어 몇 개"가 아니라 "이 텍스트를 몇 퍼센트 이해하는가"로 측정하는 것이다. 뉴스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를 표시해보고, 전체 단어 수 대비 비율을 계산한다. 90%라면 Oxford 5000 구간에 빈틈이 있는 것이고, 85%라면 Oxford 3000 단계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CEFR 레벨과 커버리지, 이 두 축으로 계획을 세우면 현재 위치 파악과 다음 목표 설정이 동시에 해결된다.

6. 단계별 체크리스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순서를 따라가면 된다.

먼저 자기 CEFR 레벨을 확인한다. 온라인 레벨 테스트로 대략적인 위치를 잡는다. A2라면 1단계 초입, B1이라면 1단계 후반, B2라면 2단계 시작점이다.

다음으로 해당 단계의 리스트를 확보한다. Oxford 3000과 5000은 공식 사이트에서 PDF로 받을 수 있고, CEFR 레벨별로 정렬되어 있다. NGSL도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AWL은 공식 사이트에서 서브리스트별로 제공된다.

그리고 이미 아는 단어를 빠르게 걸러낸다. 리스트를 처음부터 외우지 말고, 한 번 쭉 훑으면서 확실히 아는 단어에 체크한다. 남은 단어가 실제 학습 대상이다. 이렇게 하면 3,000단어 리스트라도 실제로 외워야 할 양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간격 반복으로 복습한다. 어떤 리스트를 쓰든, 한 번 보고 넘기면 잊힌다. 과학적 암기 전략에서 다룬 간격 반복 원리를 적용해 복습 주기를 설계하면, 같은 시간 대비 기억 유지율이 크게 달라진다.

7. 로드맵은 지도일 뿐이다

어떤 단어 리스트를 쓰든, 결국 실행하는 건 학습자 본인이다. 3,000단어를 완벽하게 아는 것이 5,000단어를 대충 아는 것보다 낫다. 리스트를 갈아타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한 리스트를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다만 방향 없이 외우는 것과, 전체 지도를 보면서 현재 위치를 확인하며 외우는 것은 체감이 다르다. A1-B1은 Oxford 3000으로 기초를 잡고, B2에서 Oxford 5000으로 확장하고, 학술 영어가 필요하면 AWL로 넓힌다. 이 순서만 기억해두면, 지금 외우고 있는 단어가 전체 경로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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