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리딩을 풀다 보면 거의 매번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파트 5에서 꼼꼼히 읽다가 파트 7 후반에 가서 시간이 모자라고, 마지막 10문제를 찍는다. 2024년 정기시험 기준 RC 평균은 305점. LC 평균 377점과 비교하면 72점이나 낮다. 실력 차이가 아니라 시간 관리의 차이인 경우가 많다.
RC는 100문항에 75분이다. 단순 계산으로 한 문제당 45초. 하지만 파트마다 난이도와 소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균등하게 나누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어디에 시간을 쓰고 어디를 빠르게 넘길지, 이 판단이 점수를 가른다.
1. 시간이 부족한 진짜 이유
파트 5에서 시간을 지나치게 쓰는 게 가장 흔한 원인이다. 파트 5는 30문항, 문법과 어휘가 섞여 나온다. 빈칸 앞뒤 단어만 보면 풀리는 문제가 절반 이상인데, 문장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해석하려 든다. 한 문제에 1분씩 쓰면 파트 5에서만 30분이 날아간다.
파트 7은 정반대다. 본문 안에 답의 근거가 거의 다 나와 있다. 시간만 충분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앞에서 시간을 잡아먹히면 파트 7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남은 시간이 40분도 안 되어 있다. 54문항을 40분에 풀어야 하니 당연히 후반부를 못 건드린다.
결국 파트 5와 6에서 절약한 시간을 파트 7에 몰아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 파트별 시간 배분, 숫자로 세팅하기
이상적인 배분은 이렇다. 파트 5에 10분, 파트 6에 8분, 파트 7에 57분. 파트 5와 6을 합쳐서 18분 안에 끝내고, 남은 시간 전부를 파트 7에 투자하는 구조다.
900점 이상을 목표로 한다면 기준이 더 빡빡해진다. 파트 5를 8분 이내, 파트 6도 8분 이내로 잡고 파트 7에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마킹 시간까지 고려하면 여유는 3분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파트 5 한 문제당 목표 시간은 15~20초다. 처음 듣기엔 말도 안 되게 짧아 보이지만, 빈칸 앞뒤만 보고 판단하는 연습이 쌓이면 가능한 속도다. 품사 문제는 빈칸 위치와 접미사만으로 3초 안에 풀린다.
파트 7은 지문당 문제 수에 비례해서 시간을 나누면 된다. 3문항짜리 지문에 3분, 5문항짜리 지문에 5분. 이 기준을 머릿속에 넣어두면 지문을 펼치자마자 "이건 4분 안에 끝내야 한다"는 감각이 생긴다.
3. 풀이 순서를 바꿔보는 전략
대부분 파트 5부터 순서대로 푼다. 하지만 고득점자들 사이에서는 역순 풀이가 꽤 알려진 전략이다. 파트 7 연계지문(더블·트리플 패시지)부터 시작해서, 단일지문, 파트 6, 마지막에 파트 5를 푸는 순서다.
연계지문은 문제 수가 많고 배점도 높다. 정신이 가장 맑은 시험 초반에 집중력을 여기에 쏟겠다는 계산이다. 파트 5는 상대적으로 짧고 기계적으로 풀 수 있어서 뒤에 두어도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이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다. 파트 5를 빠르게 치우고 리듬을 잡은 뒤에 파트 7로 넘어가는 게 편한 사람도 있다. 어떤 순서든 파트 7에 55분 이상을 확보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된다. 순서는 취향이고, 시간 배분은 전략이다.
4. 실전에서 시간을 지키는 법
한 문제에 60초 이상 걸리면 넘긴다. 75초까지 끌어도 확신이 없다면 그건 더 봐도 모르는 문제다. 가장 그럴듯한 보기에 마킹하고 다음으로 간다. 한 문제를 건지겠다고 버티다가 세 문제를 날리는 건 최악의 거래다.
시계는 정해진 타이밍에만 확인한다. 파트 5가 끝났을 때 남은 시간이 65분 이상이어야 정상 페이스다. 60분 이하면 이미 느린 것이고, 파트 7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신호다. 시계를 수시로 보면 오히려 불안해지니까, 파트가 바뀌는 시점에만 체크하는 게 낫다.
모르는 어휘에 매달리지 않는다. 토익은 실제 업무와 일상 과업을 반영한 시험이다. 지문 전체를 해석하지 않아도 문제에서 묻는 부분만 정확히 찾으면 풀린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문맥으로 추론하되, 추론이 안 되면 넘기는 판단력이 곧 시간 관리 능력이다.
여기에 하나 더. 파트 6에서 문장 삽입 문제가 나오면 전체 지문을 다 읽으려 하지 말고, 삽입할 문장과 선택지 앞뒤만 집중해서 본다. 이것만으로도 파트 6에서 2-3분을 아낄 수 있다.
5. 시간 감각을 만드는 훈련법
시간 배분 전략을 세우는 건 쉽다. 실전에서 지키는 게 어렵다. 연습 없이 시험장에 가면 계획은 5분 만에 무너진다.
가장 확실한 훈련은 실전 모의고사다. 주 1~2회, LC·RC 합쳐 120분을 통으로 풀어본다. RC만 따로 75분 타이머를 맞춰 푸는 것도 좋지만, 실제 시험은 LC 45분을 치른 직후에 RC가 시작된다. 그 피로감까지 포함해야 진짜 실전 감각이다.
모의고사를 풀 때 파트별 소요 시간을 기록해두면 자기만의 병목이 보인다. 파트 5에서 15분을 쓰고 있었다면 거기를 깎아야 한다. 파트 7 후반 연계지문에서 유독 느렸다면 그 유형만 따로 시간을 재면서 반복한다.
파트 5 속도를 올리는 데는 일일 미니 드릴이 좋다. 매일 30문제를 10분 타이머에 맞춰 풀어보는 것. 처음엔 시간 안에 다 못 풀지만, 2주 정도 반복하면 빈칸 앞뒤를 보는 눈이 빨라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이때 틀린 문제는 간격을 두고 반복 복습하면(POST-009 참고) 같은 유형에서 다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줄어든다.
6. 어휘력이 곧 속도다
시간 관리 이야기를 하면서 어휘를 빼놓을 수 없다. 파트 5 어휘 문제를 15초에 풀 수 있는 사람과 40초가 걸리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단어를 아느냐 모르느냐다. 파트 7에서 지문을 빠르게 훑을 수 있는 것도 어휘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토익에 자주 나오는 어휘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NGSL(POST-011 참고)이나 Oxford 3000(POST-012 참고) 같은 핵심 어휘 리스트를 기반으로, 토익 빈출 단어를 추가로 쌓아가면 효율이 좋다. 단어를 외울 때는 단순 암기보다 테스트 형식으로 자신을 점검하는 쪽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데 유리하다(POST-010 참고).
단어를 많이 알수록 독해 속도가 올라가고, 속도가 올라가면 시간이 남고, 시간이 남으면 파트 7 후반부까지 제대로 풀 수 있다. 시간 관리의 출발점은 결국 어휘다.
7. 75분은 충분한 시간이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대부분 배분의 문제지 절대적인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파트 5에서 10분을 아끼면 파트 7에서 10문제를 더 풀 수 있다. 그 10문제가 50점 차이를 만든다.
파트 5를 30문제 꺼내서 타이머 10분에 맞춰 풀어보자. 이 한 가지만 2주 반복해도 시험장에서의 체감이 달라진다. 시간 배분은 전략이지만, 전략은 연습을 통해서만 몸에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