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이나 편입을 준비하다 보면 텝스라는 시험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토익은 익숙한데 텝스는 뭐가 다른 건지, 점수 체계는 어떻게 되는 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건지, 처음 접하면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텝스는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이 1999년부터 시행해 온 영어능력평가시험이다. 토익이나 토플과 달리 국내 기관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성격이 다르다. 특히 대학원 입시와 편입에서 텝스 점수를 요구하는 학교가 많아서, 시험 구조와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전략의 시작점이다.
1. 뉴텝스, 무엇이 달라졌나
2018년 5월 제248회 시험부터 기존 TEPS가 New TEPS(뉴텝스)로 전면 개편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점수 체계다. 구 텝스가 990점 만점이었다면, 뉴텝스는 600점 만점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총점만 줄어든 게 아니라 문항 수와 시간 배분도 함께 조정됐다.
총 135문항에 600점 만점이다. 듣기 40문항에 240점, 어휘 30문항에 60점, 문법 30문항에 60점, 독해 35문항에 240점으로 구성된다. 듣기와 독해가 전체 배점의 80%를 차지한다. 어휘와 문법은 각각 10%씩이지만, 여기서 흘리는 점수가 전체 등급을 좌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구 텝스 점수가 있다면 환산표를 참고할 수 있다. 2021년에 TEPS 관리위원회가 시험 개편과 수험자 집단 변화를 반영한 신규 환산표를 별도로 공지했기 때문에, 예전 기준이 아닌 최신 환산표를 확인해야 한다. 텝스와 토익 간 환산 점수가 궁금하다면, 텝스 vs 토익 환산표 비교 분석 글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2. 텝스 토익 차이, 같은 영어 시험이 아니다
텝스와 토익의 가장 큰 차이는 시험이 측정하려는 능력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토익은 비즈니스 영어를 중심으로 읽기와 듣기 능력을 평가한다. 반복 학습으로 패턴을 익히면 점수가 비교적 예측 가능하게 올라간다. 반면 텝스는 학문적 맥락에서의 종합적인 영어 사고력을 겨냥한다. 극단적인 타임어택과 논리력 평가가 결합되어 있어서, 단순 반복으로는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다.
몇 가지만 놓고 봐도 차이가 드러난다.
듣기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토익은 문제와 선택지가 모두 시험지에 인쇄되어 있다. 음원을 들으면서 보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텝스는 다르다. 듣기 선택지가 시험지에 인쇄되지 않고 음성으로만 제시된다. 공식적으로는 "읽기 능력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요령 유추를 방지"하기 위한 설계다. 선택지를 미리 읽고 정답을 예측하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지문 1문항 원칙도 있다. 토익 파트 3~4는 하나의 대화나 담화에 3개 문항이 붙는다. 텝스는 기본적으로 1지문 1문항이다. 한 문제를 놓치더라도 다음 문제에 연쇄적으로 영향이 가지 않지만, 반대로 매 문항마다 새로운 지문에 적응해야 하므로 집중력 소모가 크다.
배점 구조도 상대평가다. 텝스는 영역별로 백분위 50%에 해당하는 응시자들의 정답률을 기준으로 배점이 정해지는 상대평가 방식을 채택한다. 같은 수의 문제를 맞혀도 회차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토익 900점을 받았는데 텝스에서 400점대를 받는 사람이 나오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토익 전략을 텝스에 그대로 이식하면 안 되는 이유다.
3. 서울대 텝스 기준, 목표 점수를 먼저 잡아야 한다
텝스를 준비한다면 "몇 점이 필요한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목적 없이 공부를 시작하면 방향이 흐려진다.
서울대 2025학년도 기준을 보면, 입학 시 텝스 526점 이상이면 영어 교과목 이수가 면제된다. 의대 학사 편입학은 387점 이상이 필요하고, 이공계 대학원 입시 지원 최소 성적은 327점이다. 같은 대학교 안에서도 학과와 전형에 따라 요구 점수가 이렇게 다르다.
다른 대학원도 비슷한 구조다. 상위권 대학원일수록 텝스 커트라인이 높고, 인문사회 계열은 이공계보다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지원하려는 학교의 최신 요강을 반드시 확인하자.
참고로 텝스 성적은 시험일로부터 2년간 유효하다. 2년이 지나면 성적 조회와 성적표 재발급이 제한된다. 원서 제출 시점을 역산해서 시험 일정을 잡아야 한다. 2026년부터는 연 20회로 시험 횟수가 확대되고, 성적 발표 기간도 단축되었기 때문에 일정 선택의 폭은 이전보다 넓어졌다.
응시료는 46,000원으로, 토익(48,000원)보다 2,000원 저렴하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두세 번 응시할 계획이라면 미리 알아두는 편이 낫다.
4. 텝스 영역별 공략법, 듣기와 독해가 승부처
600점 만점에서 듣기(240점)와 독해(240점)가 총점의 80%를 차지한다. 어휘와 문법에서 기초를 잡고, 듣기와 독해에서 점수를 끌어올리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듣기, 눈이 아니라 귀로만 풀어야 하는 시험
텝스 듣기의 난이도는 선택지가 음성으로만 나온다는 데 있다. 토익처럼 선택지를 미리 읽는 전략 자체가 불가능하다.
듣기는 파트 1~3이 대화, 파트 4~5가 강의나 뉴스 같은 독백으로 구성된다. 특히 파트 5는 1지문에 2문항이 붙는 형태여서, 긴 담화를 듣는 동시에 핵심 정보를 잡아내는 종합적 이해 능력이 필요하다.
훈련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처음에는 음원 속도를 많이 낮추고, 반복 듣기를 하면서 점차 원래 속도까지 올려가는 방식이 잘 먹힌다. 느린 속도에서 문장 구조와 핵심 어구를 파악하는 감각을 먼저 만들고, 실전 속도에서 그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텝스 듣기를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면, 텝스 듣기 공략법 글에서 파트별 세부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4-1. 어휘·문법, 배점은 작지만 무시하면 큰일 난다
어휘 30문항(60점)과 문법 30문항(60점)을 합쳐 120점. 전체 600점의 20%다. 비중이 낮아 보이지만, 고득점 구간에서는 이 영역에서의 실수가 전체 등급을 한 단계 내리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텝스 어휘는 토익보다 학술적이고 수준 높은 단어가 자주 출제된다. 일상 회화 수준의 어휘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문항이 많다. 문법 역시 단순한 규칙 적용이 아니라, 문맥 속에서 논리적으로 적절한 표현을 고르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 두 영역은 단기간에 집중 훈련하면 비교적 빠르게 점수가 올라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텝스 어휘와 문법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은 텝스 어휘-문법 전략 글에서 다루고 있다.
독해, 40분 안에 35문항, 시간과의 싸움
독해 영역이 텝스에서 가장 극단적인 타임어택 구간이다. 40분 동안 35문항을 풀어야 하니, 한 문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
독해 파트 1은 빈칸 넣기, 파트 2는 어색한 문장 찾기 유형이다. 두 파트 모두 제시문 각 문장 사이의 논리적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지문 전체를 꼼꼼히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문장 간 연결 고리를 먼저 포착하고 정답 근거를 잡아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시간 배분 전략 없이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풀면, 후반부에 시간이 모자라 찍는 문항이 생긴다. 텝스 독해에서의 구체적인 시간 배분 전략은 텝스 독해 시간 배분 글을 참고하면 된다.
5. 실전 준비는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목표 점수가 정해졌다면, 다음 할 일은 지금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먼저 진단 모의고사를 한 회 풀어본다. 텝스 기출문제 또는 모의고사로 영역별 정답률을 확인하면 어디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전 영역을 골고루 공부하겠다는 계획은 비효율적이다. 약한 영역을 먼저 잡는 게 총점을 올리는 가장 빠른 경로다.
그다음 영역별 집중 훈련이다. 듣기가 약하면 속도 조절 반복 청취부터. 독해가 약하면 문장 간 논리 관계 파악 훈련부터. 어휘가 약하면 텝스 빈출 어휘 목록을 만들어 간격을 두고 반복하는 게 잘 먹힌다. 한꺼번에 외우려 하기보다 오늘 30개, 이틀 뒤 복습, 일주일 뒤 재확인, 이 사이클이 장기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실전 시뮬레이션이다. 텝스는 시간 압박이 핵심 변수다. 실전과 같은 조건으로 시간을 재고 풀어보는 연습 없이는 실제 시험에서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독해는 한 문제에 1분이라는 규칙을 체화해야 한다. 타이머를 켜고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자.
오답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틀린 문제를 그냥 넘기지 말고, 왜 틀렸는지, 정답의 근거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스스로 설명해보는 과정이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눈으로 읽고 넘기는 복습보다 입으로 설명하는 복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6. 어려운 시험이라서 전략이 더 중요하다
텝스는 쉬운 시험이 아니다. 시험 설계 자체가 단순 암기나 패턴 학습을 넘어서, 영어로 사고하는 속도와 깊이를 측정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어렵다는 건 달리 보면, 준비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조를 파악하고 영역별 특성에 맞게 전략을 짜고 실전 조건에서 반복하면, 점수는 따라온다.
지금 텝스를 처음 접했다면 모의고사 한 회를 먼저 풀어보자. 그 점수가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